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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는 왜 문자를 세 개나 섞어 쓸까
불편해 보이지만 이유가 있어요. 띄어쓰기가 없는 언어에서 문자 종류가 띄어쓰기 역할을 합니다.
띄어쓰기가 없어요
일본어 문장에는 단어 사이에 공백이 없어요. 한국어로 치면 "나는오늘커피를마셨다"처럼 쭉 이어 쓰는 셈이죠.
그런데 실제 일본어 문장은 그렇게 읽기 어렵지 않아요. 문자 종류가 바뀌는 지점이 단어의 경계를 알려주기 때문이에요.
私はコーヒーを飲みます。 이 문장을 보면 한자(私), 히라가나(は), 가타카나(コーヒー), 히라가나(を), 한자+히라가나(飲みます)가 번갈아 나와요. 눈이 자동으로 덩어리를 나눕니다.
문자마다 맡은 일이 달라요
| 문자 | 맡은 일 | 예 |
|---|---|---|
| 한자 | 뜻을 담은 말 — 명사, 동사·형용사의 어간 | 私, 飲, 山, 学校 |
| 히라가나 | 문법 — 조사, 어미, 한자로 안 쓰는 고유어 | は, を, ます, ありがとう |
| 가타카나 | 외래어, 외국 이름, 의성어, 강조 | コーヒー, ソウル, ドキドキ |
| 로마자 | 약어와 상표 | JR, ATM, NHK |
네 번째로 로마자(ローマ字)도 일상적으로 섞여요. 실제로는 문자가 세 개가 아니라 네 개인 셈입니다.
한자를 빼면 어떻게 될까
아까 문장을 히라가나로만 쓰면 わたしはこーひーをのみます가 돼요. 읽을 수는 있지만 어디서 끊어야 할지 한참 걸립니다.
게다가 일본어에는 소리가 같은 말이 아주 많아요. はし 하나만 해도 橋(다리), 箸(젓가락), 端(끝)이 전부 "하시"예요. 한자로 적으면 보는 순간 구별되지만 가나로만 적으면 앞뒤 문맥을 봐야 합니다.
어린이책이나 초급 교재가 히라가나 위주로 되어 있으면서도 단어 사이를 띄어 쓰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한자라는 표지판이 없으니 공백으로 대신하는 거죠.
가나부터 하는 게 맞아요
한자가 2,136자(상용한자)나 된다는 말을 들으면 기가 죽지만, 순서상 먼저 할 일은 가나예요.
조사와 어미는 전부 히라가나로 쓰여요. 그러니까 가나를 알면 한자를 하나도 몰라도 문장의 뼈대(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보이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한자만 알고 가나를 모르면 아무것도 못 읽어요.
그리고 한자에는 읽는 법을 가나로 작게 달아주는 후리가나(ふりがな)가 있어요. 가나를 알면 후리가나가 달린 글은 전부 소리 내어 읽을 수 있습니다.